제8화 - 천연비타민제 정말 좋은 걸까?

요즘 유행하는 SNS에는 온갖 ‘천연’ 비타민제 선전이 올라온다. 심지어 우리가 먹고 있는 합성 비타민이 암을 일으킨다는 공포마저 조장해 약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소비자들은 정말 천연 제품을 사야할 것 같은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언젠가부터 약국에서도 사람들이 ‘천연’비타민제를 찾기 시작했는데 이를 두고 대부분의 약사들은 ‘또 어떤 회사가 공포 마케팅으로 소비자를 우롱하나’하고 생각한다. 약의 성분에 대한 화학적 지식, 우리나라의 약품 허가 제도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을 속여 먹기 쉬운 말이 바로 ‘천연’이란 표현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각종 선전 매체 및 블로그의 글들이 ‘천연 비타민’에 대해 찬양하고 있다. 사실과 다른 내용의 광고를 해 행정 기관의 처벌을 받기 까지 한 업체의 홍보 글도 보란 듯이 자사 제품을 선전하고 있는데 이를 포함한 천연비타민에 대한 이야기는 명백한 불법 광고일 뿐이다. 광고글에서 언급하는 실험 데이터나 논문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사실 해석하기 나름인 실험 결과를 모아 입맛에 맞게 짜 맞추기식 해석을 했거나 업체에서 비용을 지원한, 내용도 부실한 임상 결과인 경우가 많다.

우리가 과일이나 채소를 녹즙기에 갈아 먹듯 그렇게 간단히 천연 비타민을 만든다고 생각한다면 오해다. 원료에서 약이 되는 성분만을 천연으로 추출하기도 힘들 뿐 아니라 그것이 가능하다해도 알약이나 가루약으로 만들어내기까지는 화학 물질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한 첨가 물질까지도 모두 천연이라고 선전하지만 사실 확인할 방법은 없는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에 유통되는 비타민 중에는 진정한 '천연비타민'이라 할 수 있는 제품이 없다고 식약처 대변인이 전하기도 했다. '천연'이라는 표시를 하기 위해서는 인공, 합성, 합성보존료 등이 전혀 첨가되지 않아야 하는데 그런 상태의 제품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천연 원료'라는 표기를 달고 교묘히 천연비타민으로 광고하는 제품들이 많은데 이들 대부분은 합성 비타민을 혼합하거나 천연에서 추출한 원료를 사용하더라도 앞서 말했듯이 복용하기 쉬운 약으로 만들기 위해 첨가제를 섞어 만들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자면 ‘천연‘은 아니다. 화학적으로 합성해 만든 비타민제는 몸에서 이용을 못하고 오히려 암을 일으킨다는 논리라면 우리가 질병 치료를 위해 복용하는 약들은 어떻게 아직도 그리 잘 쓰이고 있을까?

천연 비타민을 선전하는 포스팅에서는 합성 비타민에 들어간 첨가제가 이만큼이나 위험하다고 말하기 위해 과량의 첨가제 성분이 독성을 나타내는 실험을 이용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스테아린산 마그네슘이다. 이름만 들으면 무슨 굉장한 독성물질인 것처럼 들리겠지만 사실 이 성분은 약을 만들 때 꼭 필요한 성분이다. 약의 주성분을 넣어 알약을 만드는 공정을 녹차 수제비를 만드는 것에 비유해 보자. 밀가루에 녹차 분말을 넣고 골고루 비벼서 새알처럼 빚은 수제비 한알당 일정한 녹차 가루가 함유되게 하려면 가루 입자들이 미끄럽게 잘 섞이도록 만드는 부형제가 필요하다. 그것이 스테아린산 마그네슘이란 성분의 역할인데 이 성분은 '안전한 부형제'로 FDA 승인을 받아 약을 만드는 공정에 매우 오랜 시간 아무 문제없이 쓰여 온 성분이다.

실제 실험 결과를 보여주며 이 부형제 성분이 위험하다고 주장하는데 그 실험에 쓰인 양을 보면 약을 한 번에 몇 백 알씩 먹어도 부족한 정도의 많은 양을 생쥐에게 먹이고 실험한 결과다. 천연제품에 대한 광고는 늘 이런 식으로 화학 성분에 대한 공포감을 조성한다. 하지만 부형제가 없다는 것 또한 반드시 좋게 해설될 문제는 아니다. 약은 한알 당 유효 성분이 골고루 일정하게 잘 섞이도록 만들어져야 하는데 고루 섞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부형제이기 때문이다. 일부 제품은 알약으로 만드는데 필요한 부형제를 쓰지 않으려고 분말로 만들었다고 선전하기도 하는데 분말은 특히 습기에 약해 변질되기 쉬우므로 건조제를 첨가할 수밖에 없고 이 또한 화학 성분이다.

[ 천연이라는 말에는 모순이 존재한다 ]

천연비타민 중에서도 가장 인기를 끌었던 성분이 엽산(B9)이다. 미국이나 캐나다서 대장암이나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파스타 면, 밀가루 등의 식재료에 전부 엽산을 첨가한 이후로 암 발생률이 더 증가했다는 자료를 인용하며 그 엽산이 합성이기 때문이라는 논리를 내세운다. 하지만 미국 질병 관리 본부(CDC)에서는 이 결과를 두고 엽산 섭취의 중요성을 알리면서 대장암 조기 검진을 권고하다 보니 검진을 통해 모르고 있던 암을 발견한 경우가 급증했기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건강한 사람이 엽산을 적당히 섭취한다고 해서 암이 걸리지는 않는다고도 밝혔다.

천연비타민제가 체내 흡수율이 좋다는 선전을 하는데 엽산의 경우에는 그렇지도 않다. 엽산 성분은 음식물에서 섭취할 경우 흡수율이 약 50%정도인 반면 합성 엽산제를 복용할 경우 흡수율은 약 100% 가까이 된다고 한다. 이 때문에 유엔 산하 기구인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와 미국식품의약국(FDA), 세계 보건기구(WHO)에서는 임신 준비, 심혈관계 질환 예방 등의 이유로 엽산의 요구량이 높은 경우에는 흡수가 잘 되는 합성 엽산제 복용을 추천한다.

비타민D 또한 천연, 합성 비타민 사이에 흡수율의 차이가 미미한 대표적인 비타민으로 천연 제품이 훨씬 더 몸에서 잘 쓰인다는 환상을 가질 필요는 없다. 비타민C는 천연 성분이 약 1.3배정도 흡수율이 높고 각종 플라보노이드(과일이나 야채의 색깔을 나타내는 성분)를 함유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가격 차이와 보관상의 문제 등을 고려한다면 굳이 추천하지 않는다.

'합성' 비타민C는 옥수수 전분을 박테리아로 발효해 만든 아스코르빈산인데 이 또한 '천연 원료'라는 표현을 써도 무방한 천연비타민제가 아닌가? 천연이라는 말에는 이렇듯 모순이 존재한다. 물론, 좋은 원료의 제품을 고가를 주고 사서 먹겠다는 생각에 반기를 들고 싶지는 않다. 천연 재료에서 추출하는 비타민의 경우 원료가 되는 소재를 대량 확보해야 하고, 추출과 정제공정이 까다롭기 때문에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고 쉽게 산화될 수 있기 때문에 보관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데 높은 비용과 수고로움을 감수할 만큼 가치가 있는 지는 의문이라는 것이다.

[ 비타민제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원료'보다 '목적' ]

우리가 섭취하는 천연의 물질들은 대단한 가치가 있음에는 분명하다. 천연에 존재하는 굉장히 다양한 물질들을 추출하고 규명해가면서 질병 치료에 획기적인 신약이 탄생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천연물은 가히 '보물 창고'라 할만하다. 그런데 이러한 천연물을 약으로 개발할 때는 여러 가지 공정을 거쳐 약으로 작용하는 핵심적인 '화학 성분'을 뽑아낸다. 그 핵심 성분에 대해 다시 약효가 나타날 만큼의 양이 얼마 만큼인지, 부작용은 무엇인지, 어떻게 만들어야 흡수가 되는지 등등을 굉장히 오랜 시간 연구하고 약으로 가치가 있는지 검토한다. 이런 검토를 거친 다음 대량 생산을 위해 화학적으로 합성해 동일 성분을 만들어내고 약으로 널리 활용하는 것이다.

우리가 이미 오랜 시간 사용해 왔고 작용 또한 잘 알고 있는 비타민, 미네랄 성분들은 굳이 천연에서 뽑지 않아도 안전하게 합성해서 약으로 만들 수 있는 단계에 이른 것들이다. 다시 말해 천연에서 추출한 비타민과 합성으로 제조한 비타민은 화학 구조가 같은 물질이므로 반드시 천연이어야 좋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 또한, 정제되지 않은 천연물질을 그대로 섭취하고 바른다고 해서 약이 되는 성분이 몸에 잘 흡수되어 제대로 작용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비타민제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원료'보다 '목적'이 되어야 한다. 내가 어떤 목적으로 비타민제를 섭취하려 하는지 꼭 생각해보자. 광고에 의지할 것이 아니라 영양 공급, 질병 치료 보조, 피로 회복 등의 다양한 목적에 맞는 성분의 비타민제가 무엇인지, 제품마다의 특징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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